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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예방, 계약 전 걸러내는 위험신호 8가지

한 사람이 책상에서 서류에 펜으로 서명하는 모습

Photo by Scott Graham on Unsplash

전세사기 예방, 계약 전 걸러내는 위험신호 8가지

보증금을 통째로 떼일까 겁이 나서 계약서에 도장 찍기가 두려우신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전세사기의 대부분은 계약 전에 확인 가능한 위험신호 8가지로 걸러낼 수 있습니다. 사기꾼이 아무리 서류를 꾸며도 시세, 등기부, 임대인 신원, 계약 구조에는 어딘가 어긋나는 지점이 남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전세 보증금만 조심하면 되는 거 아냐? 월세로 들어가면 사기당할 일 없잖아.

그렇지 않습니다. 월세 보증금도 수천만 원인 경우가 흔하고, 집주인에게는 월세라고 속이고 세입자에게는 전세로 계약하는 이중계약,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간 신탁 물건에서의 사기는 계약 형태를 가리지 않습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건수는 누적 4만 건을 넘어섰고, 2026년 1월 기준 누적 피해자의 75.9%가 40세 미만 청년이었습니다. 저가 원룸과 신축 빌라에 사는 사회초년생이 주된 표적이라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는 첫 원룸 전세를 계약하려는 사회초년생 지훈 씨(가명)의 3주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매물을 고르고, 등기부를 떼고, 임대인을 만나고, 잔금을 치르는 각 단계에서 지훈 씨가 실제로 마주친 신호와 그때마다 무엇을 확인했는지를 숫자와 함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제가 원룸과 오피스텔을 몇 차례 옮겨 다니며 살아 보니, 저가 매물일수록 “지금 안 잡으면 없어진다"는 말로 계약을 서두르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사기가 파고드는 틈이 바로 그 조급함입니다.

유난히 싼 매물, 지훈 씨의 첫 신호 두 가지

시세보다 뚜렷하게 싼 매물과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운 매물은 그 자체가 1차 위험신호입니다. 사기의 출발점은 대부분 “이 가격에 이 집이?” 하는 좋은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지훈 씨의 예산은 보증금 8,000만 원 전세였습니다. 부동산 앱에서 지은 지 1년 된 신축 빌라 전세 8,000만 원짜리를 발견했는데, 주변 원룸 전세 시세보다 500만 원가량 쌌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신호가 켜집니다. 신축 빌라는 아파트와 달리 실거래가가 쌓여 있지 않아 시세가 불분명하고, 바로 이 점 때문에 시세를 부풀리거나 가려서 전세가를 시세에 육박하게 받는 이른바 깡통전세의 표적이 되기 쉽습니다. 주변 아파트나 다세대의 전세가율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거나,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붙어 있는 물건은 경계해야 합니다.

왜 이것이 위험한지 원리를 보겠습니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낙찰가는 통상 시세보다 낮게 형성됩니다. 그래서 보증금이 시세에 가까울수록, 그리고 나보다 앞선 채권이 많을수록 배당에서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어려워집니다. 이 구조를 숫자로 만든 것이 보증금 안전선입니다. 대략적인 계산은 이렇습니다.

항목지훈 씨 사례계산 근거
추정 시세1억 원신축이라 정확도 낮음(가정값)
시세의 80%8,000만 원경매 낙찰 손실 감안한 안전 기준선
등기부상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4,800만 원대출 4,000만 원 × 120%
안전 보증금 상한3,200만 원8,000만 − 4,800만
실제 계약하려던 보증금8,000만 원안전선의 2.5배 → 위험

이 표의 8,000만 원과 4,800만 원은 지훈 씨가 등기부와 부동산에서 확인한 값이고, 시세 1억 원은 신축이라 정확하지 않아 넉넉히 잡은 가정값입니다. 계산 결과 안전 보증금 상한은 3,200만 원인데 실제 계약금은 8,000만 원이었으니, 이 집은 이미 위험 구간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신호는 등기부등본에서 나왔습니다. 지훈 씨가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를 떼어 을구를 보니 채권최고액 4,800만 원의 근저당이 잡혀 있었습니다.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금에 보통 110~130%를 곱해 설정하므로, 실제 빚은 4,000만 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근저당이 있다고 무조건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을 더한 값이 시세의 80%를 넘으면 그때부터는 경계 구간입니다. 여기서는 4,800만 + 8,000만 = 1억 2,800만 원으로 추정 시세 1억 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근저당이 조금 있어도 확정일자만 빨리 받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근저당은 이미 등기된 시점부터 효력이 있어 언제나 나보다 앞섭니다. 내가 아무리 서둘러 확정일자를 받아도 선순위 근저당보다 뒤로 밀립니다. 그러니 지금 확인할 것은 명확합니다. 등기부 을구의 근저당 채권최고액을 확인하고, 그 값과 내 보증금의 합이 시세의 80% 안에 들어오는지 계산해 보는 것입니다. 넘어간다면 그 매물은 거기서 멈추는 편이 안전합니다.

등기부만 믿었다가 놓칠 뻔한 신탁과 대리인

등기부의 을구(근저당)만 보고 갑구(소유권)를 흘려보내면 신탁 물건과 대리인 사기를 놓칩니다. 이 두 가지는 서류가 멀쩡해 보여서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지훈 씨는 첫 집을 접고 다른 매물을 봤습니다. 이번에는 근저당이 깨끗했는데, 갑구에 소유자가 아닌 신탁회사 이름이 올라 있었습니다. 세 번째 신호입니다. 신탁등기란 소유권이 신탁회사로 넘어가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경우 집을 임대할 권한이 원래 집주인이 아니라 신탁회사에 있을 수 있어서, 신탁회사의 동의 없이 맺은 계약은 무효가 될 위험이 있습니다.

왜 이것이 확정일자로도 막을 수 없는지가 핵심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사기예방센터 자료에 따르면, 신탁회사의 임대 동의가 없었다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모두 갖추었더라도 배당 절차에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대항력을 인정받는 전제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갑구에 신탁 표시가 보이면 등기부만으로 끝내면 안 되고, 신탁원부를 추가로 열람해야 합니다. 신탁원부에는 신탁회사의 채권 규모, 임대 동의 여부, 우선수익자 지정 현황이 적혀 있습니다.

지훈 씨는 신탁원부를 떼어 “임대차 계약 시 우선수익자(대출 금융기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문구를 발견했고, 집주인은 그 동의서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계약을 접은 것이 두 번째 고비를 넘긴 순간이었습니다. 만약 동의서 없이 계약했다면, 나중에 집이 공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회수할 길이 사실상 막혔을 것입니다.

네 번째 신호는 사람에게서 나왔습니다. 세 번째로 본 집은 계약 자리에 소유자 본인이 아니라 대리인이라는 사람이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들고 나왔습니다. 대리인 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위조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로 임대인 행세를 하며 보증금을 가로채는 사기가 실제로 있습니다. “서류를 다 갖고 나왔으니 진짜겠지"라고 안심하기 쉽지만, 서류는 위조될 수 있고 도장은 흉내 낼 수 있습니다. 지훈 씨는 등기부상 소유자의 신분증과 위임장·인감증명서를 대조하고, 소유자와 직접 영상통화로 위임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이 원칙을 세웠습니다. 보증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의 계좌로만 입금한다는 것입니다. 대리인 개인 계좌나 중개인 계좌로 보증금을 보내는 순간, 돈의 행방을 통제할 수 없게 됩니다.

월세면 안전하다는 착각, 이중계약과 월세 보증금

월세라서 안전한 것이 아니라, 확인을 건너뛰기 때문에 위험해집니다. 전세사기를 피하려고 월세로 돌아섰다가 월세사기에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이슈가 커지면서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합니다. 서울의 경우 2024년 1분기에 월세 거래(1만 8,569건)가 전세 거래(1만 6,587건)를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월세 보증금도 흔히 1,000만~3,000만 원에 이르고, 이 돈 역시 집이 경매·공매로 넘어가면 떼일 수 있습니다. 지훈 씨의 친구는 전세가 무서워 보증금 2,000만 원 월세로 계약했는데, 알고 보니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인 집에 부동산 직거래 앱을 통해 들어간 단기 월세였습니다. 경매가 진행되는 6개월에서 1년 사이 집이 비는 시간을 노려 무보증·저보증 월세로 세입자를 받아 보증금을 챙기는 수법입니다.

다섯 번째 신호가 여기서 나옵니다. 바로 이중계약입니다. 무자격 중개업자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빌려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집주인에게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60만 원"이라고 설명하고 세입자에게는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라고 계약해 그 차액을 가로채는 방식입니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각자 자기가 아는 조건만 믿고 있어서,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이상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왜 이 사기가 통하는지 원리를 보면 허점이 명확합니다. 세입자는 중개인의 말만 듣고 집주인과 조건을 직접 대조하지 않고, 보증금을 중개인이나 관리인 계좌로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렇다면 무엇을 확인하면 이중계약을 깰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의 답도 분명합니다. 계약 조건을 등기부상 소유자와 직접 확인하고, 공인중개사의 자격증과 사무실 등록 여부(국가공간정보포털·시군구 부동산중개업 조회)를 대조하며, 보증금은 반드시 소유자 명의 계좌로 입금하는 것입니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이중계약을 의심해야 합니다.

“월세는 보증금이 적으니 이런 것까지 챙길 필요 있나?“라고 넘기기 쉽지만, 2,000만 원은 사회초년생에게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월세라도 보증금이 있다면 전세와 똑같이 등기부를 떼고,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 대상에 드는지 확인하며,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춰야 합니다. 계약 형태가 무엇이든 보증금이 걸려 있다면 확인 절차는 동일하다는 것, 이것이 지훈 씨가 친구의 일을 보며 얻은 교훈이었습니다.

도장 찍기 전 마지막 관문, 세금과 잔금일

미납국세, 다가구 선순위 보증금, 잔금일 근저당은 계약 직전과 당일에만 걸러낼 수 있는 마지막 신호들입니다. 앞 단계를 다 통과했어도 여기서 무너지면 보증금이 위험해집니다.

여섯 번째 신호는 임대인의 세금입니다. 집주인이 세금을 오래 체납하면, 국세 중 일부는 확정일자보다 앞서 배당받는 경우가 있어 내 보증금이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다행히 2023년부터 임차인은 계약 전후로 임대인의 미납국세를 열람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훈 씨는 계약 전에 임대인에게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를 요청했는데, 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미루면 그 자체가 위험신호입니다. 열람은 세무서나 홈택스를 통해 가능하며, 임대인 동의가 있으면 더 간단합니다.

일곱 번째 신호는 다가구주택에서 나옵니다. 다가구주택은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사는데 등기는 하나로 묶여 있어, 나보다 먼저 들어온 세입자들의 보증금(선순위 임차보증금)이 전부 나보다 앞섭니다. 그래서 “근저당이 없으니 안전하다"고 판단하면 안 됩니다. 근저당이 0원이어도 앞선 세입자들의 보증금 합계가 시세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확인 방법은 임대인에게 전입세대 열람 내역과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요청해, 나보다 앞선 보증금 총액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 값과 내 보증금을 더해 시세의 80% 안에 들어오는지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여덟 번째 신호는 잔금일에 벌어집니다. 계약할 때 등기부가 깨끗했더라도, 잔금을 치르는 날 집주인이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근저당을 설정하면 어떻게 될까요?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잔금일 당일 설정된 근저당은 하루 차이로 내 대항력보다 앞설 수 있습니다. 이 하루의 틈을 막는 장치가 특약입니다. “임대인은 잔금일 다음 날까지 담보권 설정 등 권리변동을 하지 않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임차인은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특약을 계약서에 넣어야 합니다. 지훈 씨는 이 특약을 넣고, 잔금 당일 아침 등기부를 다시 한번 열람해 근저당이 새로 잡히지 않았는지 확인한 뒤 잔금을 보냈습니다.

지훈 씨는 결국 네 번째로 본 집에서 계약했습니다. 근저당과 선순위 보증금이 시세의 절반 이하였고, 소유자 본인이 계약에 나왔으며, 특약과 미납국세 확인까지 마친 집이었습니다. 8가지 신호를 하나씩 통과시키느라 3주가 걸렸지만, 그 시간이 보증금 8,000만 원을 지켰습니다.

계약 전 위험신호 8가지 체크리스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아래 8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하나라도 걸리면 계약을 멈추고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 시세 확인: 주변 시세와 전세가율을 비교했는가? 시세보다 유난히 싸거나 시세가 불분명한 신축 빌라는 아닌가?
  • 근저당(을구): 등기부 을구의 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내 보증금의 합이 시세의 80% 안에 들어오는가?
  • 신탁등기(갑구): 갑구에 신탁 표시가 있는가? 있다면 신탁원부를 열람해 임대 동의 여부를 확인했는가?
  • 임대인 신원: 계약 상대가 등기부상 소유자 본인인가? 대리인이라면 위임장·인감증명서·소유자 신분을 대조했는가?
  • 계약 구조: 조건을 소유자와 직접 확인했는가? 중개인의 자격증과 등록 여부를 조회했는가?
  • 미납국세: 임대인의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 또는 미납국세 열람 내역을 확인했는가?
  • 선순위 보증금: 다가구주택이라면 전입세대 열람과 확정일자 현황으로 앞선 보증금 총액을 파악했는가?
  • 잔금일 방어: 잔금일 다음 날까지 권리변동 금지 특약을 넣고, 잔금 당일 등기부를 재확인했는가?

여기에 더해, 계약을 마친 뒤에는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이사 당일에 함께 갖추고, 가능하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SGI서울보증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해 마지막 안전망까지 마련하는 것을 권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세사기는 전세 보증금만 조심하면 되나요? 아닙니다. 월세 보증금도 수천만 원인 경우가 많고, 이중계약·신탁 물건·대리인 사기는 전세와 월세를 가리지 않습니다. 계약 형태와 무관하게 등기부, 임대인 신원, 시세를 확인해야 합니다.

Q.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를 받으면 보증금은 안전한가요? 대부분은 그렇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신탁등기된 집은 신탁회사의 임대 동의가 없으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갖춰도 배당에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갑구에 신탁 표시가 있으면 신탁원부를 별도로 열람하셔야 합니다.

Q. 보증금이 안전한지 스스로 계산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시세의 약 80%에서 등기부상 선순위 채권(근저당 채권최고액)과 나보다 앞선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이 대략적인 안전선입니다. 이 값보다 내 보증금이 크면 위험 구간으로 봐야 합니다.

Q. 임대인이 아닌 대리인이 나왔는데 계약해도 되나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기부상 소유자 신분증을 대조하고 보증금은 반드시 등기부상 소유자 명의 계좌로 입금해야 합니다. 서류가 위조된 사례가 있으므로 소유자와 영상통화 등으로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이며, 개별 분쟁·계약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출처 및 최종 확인일

최종 확인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