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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는 발견 즉시 신고해야 할까? 담보기간별 청구 기준

흰색으로 칠해진 벽에 균열이 길게 나 있다

Photo by Natalie Kinnear on Unsplash

하자는 발견 즉시 신고해야 할까? 담보기간별 청구 기준

새 아파트 천장 모서리에 실금이 갔거나 욕실 바닥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면, 많은 분이 가장 먼저 “지금 당장 신고 안 하면 나중에 하자로 인정 못 받는 것 아닐까?” 하고 조급해집니다. 그래서 관리사무소에 전화 한 통 급하게 넣어 두고는 그것으로 권리행사를 다 했다고 여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자보수 청구에서 인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신고가 얼마나 빨랐는가가 아니라, 그 하자가 속한 공종의 담보책임기간 안에 청구했는가입니다. 공동주택 하자는 도배 2년, 배관 3년, 방수 5년, 내력구조부 10년처럼 항목별로 기간이 다르게 정해져 있고, 그 기간 안에 서면으로 청구해 두면 발견 당일에 신고하지 않았더라도 권리는 살아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발견 즉시 전화로 알렸더라도 그 공종의 기간이 이미 지나 버렸다면 사업주체의 보수 의무는 소멸합니다. 즉 조급하게 전화만 넣는 것이 아니라, 내 하자가 어느 공종에 속하고 남은 기간이 며칠인지를 먼저 확인한 뒤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청구하는 것이 권리를 지키는 순서입니다.

이 글에서는 담보책임기간이 공종별로 왜 다르게 나뉘는지, 내 하자가 아직 청구 가능한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그리고 청구를 실제로 어떤 순서로 진행해야 하는지를 공식 기준과 계산 사례로 정리하겠습니다. 하자보수를 앞둔 분이라면 전화기를 들기 전에 이 순서부터 짚어 두시기 바랍니다.

하자담보책임과 청구권은 무엇이 다른가

하자담보책임이란 사업주체(시공사·분양사)가 일정 기간 동안 공사상 잘못으로 생긴 하자를 보수해 줄 법적 의무를 말합니다. 하자보수 청구권은 그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는 입주자 측의 권리입니다. 두 개념을 붙여서 쓰지만, 실무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은 늘 “이 권리를 언제까지, 어떻게 행사했는가"입니다.

왜 이 구분이 중요할까요? 담보책임기간은 하자가 발생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보수가 이루어지는 기간이 아니라, **입주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의 창(窓)**이기 때문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이 기간 안에 발생한 하자에 대해 사업주체가 보수 책임을 지도록 정하고 있고, 기간이 지나면 그 책임이 사라집니다. 다시 말해 기간은 하자를 봐주는 유예가 아니라, 권리를 쓸 수 있는 유효기한에 가깝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담보책임기간 안에 청구를 해 두면, 그 청구로 발생한 권리는 별도의 소멸시효를 따로 갖습니다. 판례와 실무에서는 담보책임기간 만료일로부터 5년 안에 그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봅니다(대법원 2002다73333 취지). 즉 기간 안에 서면으로 청구만 해 두면, 실제 보수나 분쟁 해결이 기간 만료 뒤로 넘어가더라도 권리 자체는 유지됩니다.

수치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도배 하자의 담보기간은 입주일부터 2년입니다. 입주 1년 11개월째에 서면으로 청구해 두면, 그 청구에 근거한 권리는 담보기간이 끝난 뒤에도 이후 5년 안에서 살아 있습니다. 반면 청구 없이 2년을 넘기면, 그날로 사업주체의 보수 의무는 사라지고 수리비는 입주민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이 차이가 수백만 원을 가릅니다.

“기간이 넉넉하니 천천히 대응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함정은 기간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담보기간은 하자를 발견한 날이 아니라 입주일 또는 사용검사일부터 이미 흐르기 시작합니다. 입주하고 살다가 1년쯤 지나 하자를 발견했다면, 마감공사는 이미 남은 기간이 1년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발견 시점이 늦을수록 남은 창은 좁아집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하자의 심각성이 아니라 두 가지 날짜입니다. 첫째, 이 하자가 어느 공종에 속하는가. 둘째, 그 공종의 기산일부터 오늘까지 며칠이 지났는가. 이 두 가지가 확정돼야 “지금 급하게 청구해야 하는지, 아니면 증거를 더 모을 여유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공종별로 담보기간이 다른 이유와 기간표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공사 종류에 따라 2년, 3년, 5년, 10년으로 나뉩니다. 이 기간은 공동주택관리법과 그 시행령 별표에서 공종별로 정하고 있으며, 임의로 늘리거나 줄일 수 없는 법정 기간입니다. 하나의 세대 안이라도 부위마다 적용 연수가 다르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왜 이렇게 잘게 나누어 놓았을까요? 하자가 겉으로 드러나는 시점이 공종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도배나 타일 같은 마감공사는 문제가 있으면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표가 나고, 시간이 지나면 시공 하자인지 일상적인 사용 마모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짧은 2년을 둡니다.

반대로 방수나 배관은 계절이 바뀌고 사용이 누적된 뒤에야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름 장마와 겨울 결빙을 한두 번 겪어야 방수층의 결함이 나타나고, 배관은 수압과 온도 변화가 쌓여야 이음부 하자가 표면화됩니다. 드러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공종일수록 담보기간을 길게 두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내력구조부와 지반은 안전에 직결되고 결함이 오래 잠복하므로 가장 긴 10년이 붙습니다.

주요 공종별 담보책임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토교통부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별표 기준이며, 최종 확인일은 이 글 작성 시점입니다.

공종(부위)담보책임기간대표 하자 예시
마감공사(도배·미장·타일)2년벽지 들뜸, 타일 균열, 미장 박리
난방·냉방·환기설비, 급배수·위생설비3년온돌 배관 누수, 급수관 이음부 하자
방수공사, 지붕·홈통·우수관5년욕실·옥상 방수 불량 누수
승강기·발전설비 등5년엘리베이터 설비 하자
내력구조부(기둥·내력벽)·지반10년구조 균열, 부등침하

기산일은 부위에 따라 갈립니다. 세대 내부인 전유부분은 입주자에게 인도한 날, 곧 입주일부터 기간이 시작됩니다. 복도·계단·옥상·외벽 같은 공용부분은 사용검사일(사용승인일)부터 계산합니다. 같은 단지라도 사용검사가 먼저 나고 입주가 뒤에 이루어지므로, 두 기산일이 몇 달씩 어긋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024년 3월에 사용검사를 받고 2024년 6월에 입주한 세대라면, 세대 안 도배 하자의 담보기간은 입주일 기준 2026년 6월까지입니다. 반면 공용부분인 외벽 방수 하자는 사용검사일 기준 2029년 3월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집에서 발견한 하자라도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는가"의 답이 부위마다 다른 셈입니다.

“우리 집은 준공한 지 4년 됐으니 하자는 다 끝났다"고 단정하기 쉽지만, 이는 대표적인 오해입니다. 4년 차라면 마감(2년)과 설비(3년)는 지났어도 방수(5년)와 내력구조부(10년)는 아직 청구 기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하자를 발견하면 “우리 아파트가 몇 년 됐나"가 아니라 “이 하자가 어느 공종의 몇 년짜리인가"를 따져야 합니다.

실무에서는 하자를 발견하는 즉시 그 하자가 표의 어느 줄에 해당하는지부터 표시해 두시기 바랍니다. 욕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면 그것이 위층 배관(3년)의 문제인지 방수층(5년)의 문제인지에 따라 남은 기간이 2년이나 차이 납니다. 원인 판정이 애매하면 두 기간 중 짧은 쪽을 기준으로 서둘러 청구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발견 즉시 신고해야 인정된다는 오해

이 글의 출발점이 된 통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하자는 발견하는 즉시 신고 안 하면 나중에 인정 못 받아.”

결론부터 교정하겠습니다. 하자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법적 기준은 신고의 빠르기가 아니라 담보책임기간 안에 청구했는지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어디에도 “발견 후 며칠 안에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기간 안에 발생한 하자라면, 발견하고 이틀 뒤에 청구하든 두 달 뒤에 청구하든 사업주체의 보수 의무는 동일하게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오해가 퍼졌을까요? 두 가지가 뒤섞였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앞서 본 담보기간의 존재입니다. 기간이 지나면 정말로 청구가 막히므로, “빨리 해야 한다"는 압박이 “발견 즉시 신고해야 한다"로 과장되어 전달됩니다. 둘째는 증거의 문제입니다. 하자가 오래 방치되면 그것이 시공 하자인지 사용 중 발생한 손상인지 다투기 어려워지므로, 실무자들이 “빨리 기록을 남기라"고 강조하는 것이 “빨리 신고하지 않으면 인정 안 된다"로 와전됩니다.

여기서 진짜 중요한 구분이 나옵니다. 신고의 빠르기는 권리의 성립 요건이 아니라 입증의 유리함입니다. 담보기간 안이라면 청구는 언제든 유효하지만, 발견 즉시 날짜가 표시된 사진을 찍고 균열 폭을 자와 함께 촬영해 두면 “이 하자가 기간 안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다툼 없이 증명할 수 있습니다. 국토안전관리원과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도 사진, 위치도, 측정 기록 같은 객관 자료가 많을수록 하자 판정에 유리하다고 안내합니다.

숫자로 대비해 보겠습니다. 입주 6개월째 도배 들뜸을 발견한 A씨는 사진만 찍어 두고 1년을 기다렸다가 입주 1년 6개월째에 서면 청구했습니다. 담보기간(2년) 안이므로 이 청구는 완전히 유효합니다. 반면 입주 2년 1개월째에야 처음 청구한 B씨는, 아무리 “발견은 1년 전에 했다"고 주장해도 청구 시점이 기간을 넘겼으므로 마감 하자에 대한 권리를 잃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신고가 빨랐는지가 아니라, 청구가 기간 안이었는지에 있었습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발견 즉시 대응이 사실상 필수인 경우도 있습니다. 누수처럼 방치하면 곰팡이·전기 손상으로 피해가 번지는 하자, 그리고 담보기간 만료가 코앞인 하자입니다. 전자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후자는 기간을 넘기지 않기 위해 지체 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즉 “즉시 신고"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법적 요건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실무 판단이라는 점을 구분하시기 바랍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하자를 발견했다면 먼저 날짜가 남는 방식으로 증거를 확보하고, 해당 공종의 남은 기간을 확인한 뒤, 기간이 임박했다면 즉시·여유가 있다면 증거를 보강한 다음 청구하시면 됩니다. “당장 전화부터"가 아니라 “기간 확인부터"가 올바른 첫 단추입니다.

하자보수 청구, 어떤 순서로 진행하나

하자보수 청구의 기본 골격은 네 단계입니다. ① 기록이 남는 방식의 서면 청구, ② 사업주체의 15일 이내 응답, ③ 보수 이행, ④ 미이행 시 보증금 사용 또는 분쟁조정입니다. 각 단계에 법정 기한이 붙어 있으므로 순서를 알고 움직이면 대응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첫 단계인 청구는 반드시 기록이 남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전화 한 통은 청구의 증거로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리사무소 하자접수 시스템, 이메일, 문자, 그리고 사안이 크면 내용증명 우편이 안전합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담보기간 안에 청구했다는 사실 자체가 권리 보전의 근거가 되므로, “언제 어떤 하자를 청구했다"는 기록이 남아야 나중에 다툼이 생겨도 청구 시점을 입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용증명 비용은 1~3만 원 선으로, 큰 하자라면 아깝지 않은 보험입니다.

두 번째 단계에서 법이 사업주체에게 기한을 겁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상 사업주체는 하자보수를 청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보수하거나, 하자보수계획을 서면으로 통보하고 그 계획에 따라 보수해야 합니다. 나아가 2025년 개정으로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60일 이내에 보수를 마치고, 보수 계획과 결과를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도 통보하도록 의무가 강화되었습니다(2025년 10월 1일 시행). 15일은 응답 기한, 60일은 완료 기한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세 번째 단계인 실제 보수에서 자주 어긋납니다. 사업주체가 “경미한 하자라 대상이 아니다”, “사용상 마모다"라며 보수를 미루거나 거부하는 경우입니다. 이때 판단 기준이 되는 것이 국토교통부 고시 「공동주택 하자의 조사, 보수비용 산정 및 하자판정기준」(고시 제2025-58호, 2025년 2월 3일 시행)입니다. 이 고시가 균열 폭·누수·단차 등 항목별로 하자 인정 요건을 정하고 있어, 분쟁 시 하자 여부 판단의 핵심 잣대가 됩니다.

네 번째 단계는 사업주체가 끝내 응하지 않을 때의 대응입니다. 두 갈래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용검사 신청 시 예치된 하자보수보증금을 활용하는 길입니다. 사업주체는 표준건축비의 3%가량을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예치하는데, 사업주체가 보수하지 않으면 입주자대표회의가 이 보증금으로 직접 수선한 뒤 사용 내역을 통보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adc.go.kr)에 조정을 신청하는 길로, 수수료는 1건당 1만 원, 심사·조정 처리기간은 60일(공용부분 90일)입니다.

구체적 사례로 흐름을 그려 보겠습니다. 입주 1년 8개월 된 세대의 김OO 씨가 욕실 타일 균열(마감 2년)을 발견했습니다. 우선 자를 대고 날짜가 나오게 사진을 찍은 뒤, 관리사무소 하자접수와 이메일로 함께 청구했습니다. 사업주체가 12일째 “생활 흠집"이라며 거부하자, 김 씨는 하자판정기준의 균열 폭 항목을 근거로 재청구했고, 그래도 응하지 않자 분쟁조정위에 1만 원을 내고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담보기간 안에 서면 청구를 해 둔 덕분에, 조정이 기간 만료 뒤로 넘어가도 권리는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지금 청구를 앞두고 있다면 실무적으로 이 순서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증거 확보 → 해당 공종·남은 기간 확인 → 기록이 남는 서면 청구 → 15일 응답 확인 → 미이행 시 보증금 또는 분쟁조정. 특히 청구는 반드시 담보기간 안에, 기록으로 남겨야 이후 모든 단계의 발판이 마련된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담보기간 만료가 다가올 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

담보기간 종료가 가까울수록 판단의 기준은 단순해집니다. 남은 기간이 짧다면 완벽한 증거보다 기간 안의 서면 청구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고, 기간에 여유가 있다면 증거와 원인 규명을 충분히 다진 뒤 청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 두 상황을 나누어 대응해야 합니다.

먼저 남은 기간이 짧을 때입니다. 마감 하자를 입주 1년 10개월째에 발견했다면 남은 창은 두 달뿐입니다. 이때 원인 감정서를 완벽히 갖추느라 시간을 끌면 기간을 넘겨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일단 현재까지의 사진·기록만으로 서면 청구를 넣어 권리를 보전한 뒤, 세부 다툼은 그 뒤에 이어 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청구만 기간 안에 해 두면 그에 근거한 권리는 만료일로부터 5년 안에서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기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다른 판단이 유리합니다. 방수 하자(5년)를 입주 2년 차에 발견했다면 3년의 여유가 있습니다. 이때는 서둘러 청구했다가 “원인 불명"으로 거부당하기보다, 누수 탐지나 열화상 촬영 같은 객관 자료를 확보해 원인을 방수층으로 특정한 뒤 청구하는 편이 인정률을 높입니다. 여유가 있을수록 증거의 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선택입니다.

왜 이렇게 갈릴까요? 청구권 보전과 하자 입증이 서로 다른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기간 임박 국면에서 최우선 목표는 청구권을 기간 안에 살려 두는 것이고, 기간 여유 국면에서 최우선 목표는 하자로 확실히 인정받는 것입니다. 목표가 다르면 먼저 할 일도 달라집니다. 이 프레임을 모르면 급할 때 증거를 붙들다 기간을 놓치거나, 여유 있을 때 성급히 청구했다 거부당하는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수치로 대비해 보겠습니다. 도배·타일 하자를 남은 기간 20일에 발견한 C씨는 그날 사진을 첨부해 이메일로 청구했습니다. 이후 원인을 두고 두 달을 다투었지만, 청구 자체가 기간 안이었으므로 권리는 유지되었습니다. 같은 하자를 남은 기간 20일에 발견하고 “감정서부터 받자"며 25일을 보낸 D씨는, 감정서가 나온 날 이미 기간이 지나 청구가 각하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갈림길은 “청구를 먼저 넣었는가"였습니다.

“보증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앞서 본 대로 기간 안에 이미 청구를 해 두었다면, 그 권리는 만료 뒤에도 소멸시효(만료일로부터 5년) 안에서 유지됩니다. 반대의 예외도 있습니다. 사업주체가 하자를 인정하고 보수하겠다고 통보한 사실이 기록으로 남아 있으면, 그 자체가 청구·인정의 증거가 되어 이후 다툼에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만료가 다가올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감정도, 견적도 아닙니다. 오늘 기준으로 각 공종의 남은 기간을 계산하고, 기간이 임박한 공종부터 서면 청구로 권리를 확정하는 것입니다. 계산 결과 마감이 한 달, 설비가 1년, 방수가 3년 남았다면, 마감 하자부터 오늘 청구하고 나머지는 증거를 보강할 시간을 두는 식으로 우선순위를 나누시면 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청구 타임라인과 비용

앞의 원칙을 실제 숫자에 대입해 보겠습니다. 담보기간 계산과 비용 판단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면, 왜 “기간 확인부터"가 중요한지가 분명해집니다. 두 가지 시나리오로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입니다. 2023년 5월 입주한 34평 아파트의 이OO 씨는 2025년 3월, 즉 입주 1년 10개월째에 안방 벽지 들뜸과 거실 걸레받이 틈을 발견했습니다. 마감공사 담보기간은 2년이므로 종료일은 2025년 5월, 남은 기간은 약 두 달뿐이었습니다. 이 씨는 원인을 따지기 전에 먼저 날짜가 표시된 사진 열 장을 찍고, 관리사무소 하자접수와 함께 이메일로 하자 목록을 청구했습니다. 청구 비용은 사실상 0원, 소요 시간은 반나절이었습니다.

이 청구 하나로 이 씨는 수리비 부담의 방향을 바꿨습니다. 만약 청구 없이 두 달을 넘겼다면 벽지·걸레받이 보수비 약 40만~60만 원(업계 견적 기준)이 고스란히 본인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반면 기간 안에 서면 청구를 해 둔 덕분에 사업주체가 보수 의무를 지게 되었고, 이후 협의가 길어져도 권리는 유지되었습니다. 반나절의 서면 청구가 수십만 원의 부담과 권리 소멸을 막은 셈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여유 있는 기간의 방수 하자입니다. 2022년 9월 입주한 세대의 박OO 씨는 2024년 겨울, 입주 2년 3개월째에 욕실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방수 담보기간은 5년이라 종료일은 2027년 9월, 약 3년의 여유가 있었습니다. 박 씨는 서둘러 청구하기보다 먼저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습니다. 누수 탐지 비용은 업계 평균 15만~30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탐지 결과 위층 배관이 아니라 자기 세대 욕실 방수층 불량으로 확인되자, 박 씨는 이 탐지 보고서를 근거로 방수공사(5년) 하자로 서면 청구했습니다. 만약 원인 규명 없이 “천장 누수"로만 청구했다면 사업주체가 “위층 배관 문제"라며 책임을 미룰 여지가 있었지만, 탐지 보고서로 원인을 방수층으로 특정한 덕분에 담보기간과 책임 소재가 동시에 명확해졌습니다. 3년의 여유가 있었기에 가능한 전략이었습니다.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판단 프레임이 선명해집니다. 이 씨는 기간이 임박해 청구 우선으로, 박 씨는 기간에 여유가 있어 입증 우선으로 움직였습니다. 같은 하자보수라도 남은 기간이라는 변수 하나가 “먼저 할 일"을 정반대로 바꿉니다. 자신의 상황을 이 두 축(남은 기간이 짧은가, 원인이 불명확한가) 위에 놓아 보면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할지 답이 나옵니다.

비용 관점에서도 한 가지 짚어 두겠습니다. 사업주체가 끝내 보수를 거부해 분쟁으로 가더라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조정은 수수료 1만 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곧바로 소송으로 가면 건축 감정비만 개별 세대 기준 수백만 원, 변호사 비용까지 더해져 부담이 급격히 커집니다. 그래서 소송은 최후 수단으로 두고, 서면 청구 → 분쟁조정 순으로 낮은 비용의 절차부터 밟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어떤 경우든 그 출발점은 기간 안의 서면 청구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하자보수 청구 전 확인 체크리스트

청구를 넣기 전에 아래 항목을 순서대로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이 순서를 지키면 기간을 놓치거나 증거가 부족해 거부당하는 실수를 대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기산일 확인: 전유부분은 입주일, 공용부분은 사용검사일. 계약서·입주확인서·관리사무소 기록으로 두 날짜를 특정합니다.
  • 공종 분류: 발견한 하자가 마감(2년)·설비(3년)·방수(5년)·구조(10년) 중 어디에 속하는지 확인합니다. 애매하면 짧은 기간을 기준으로 잡습니다.
  • 남은 기간 계산: 기산일부터 해당 공종의 연수를 더해 종료일을 구하고, 오늘까지 남은 일수를 확인합니다.
  • 증거 확보: 날짜가 표시된 사진, 자·동전을 함께 둔 크기 비교, 균열 폭·단차 측정 기록을 남깁니다.
  • 청구 방식 선택: 기록이 남는 방식(하자접수 시스템·이메일·문자, 큰 하자는 내용증명)으로 청구합니다.
  • 응답 기한 체크: 청구 후 15일 이내에 보수 또는 서면 통보가 오는지 확인하고, 응답이 없으면 기록으로 남깁니다.
  • 미이행 대비: 하자보수보증금 활용 또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adc.go.kr, 수수료 1만 원) 신청 경로를 미리 파악합니다.
  • 우선순위 정리: 여러 하자가 있다면 남은 기간이 짧은 공종부터 먼저 청구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자를 발견하고 바로 신고하지 않으면 청구가 인정되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정 여부를 가르는 것은 신고의 빠르기가 아니라 해당 공종의 담보책임기간 안에 청구했는지입니다. 다만 발견 즉시 사진과 기록을 남겨 두면 하자가 기간 안에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쉬워집니다.

Q. 담보기간은 모든 하자가 똑같이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도배·타일 같은 마감공사는 2년, 난방·배관 설비는 3년, 방수·승강기는 5년, 내력구조부와 지반은 10년으로 공종마다 다릅니다. 하나의 세대 안에서도 부위별로 남은 기간이 제각각입니다.

Q. 담보기간의 시작일은 언제인가요? 전유부분(세대 내부)은 입주자에게 인도한 날, 곧 입주일부터 기산합니다. 공용부분은 사용검사일(사용승인일)부터 계산합니다. 같은 아파트라도 두 기산일이 다를 수 있습니다.

Q. 사업주체가 하자보수를 미루면 어떻게 하나요? 청구일로부터 15일 안에 보수하거나 보수계획을 서면 통보하지 않으면 법령 위반입니다. 이때는 예치된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직접 수선한 뒤 사용 내역을 통보하거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담보기간이 지나면 하자보수는 완전히 못 받나요? 담보기간 안에 서면 등으로 청구해 권리행사를 해 두었다면, 그 권리는 기간 만료 뒤에도 소멸시효(만료일로부터 5년) 안에서 유지됩니다. 아무 조치 없이 기간만 넘기면 보수 의무가 사라집니다.

출처 및 최종 확인

최종 확인일: 2026년 7월 12일

본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닌 일반 정보이며, 개별 분쟁·계약 사안은 변호사 등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